겨우 다시 쓰기 시작한 모로코 여행기.
이상하게 모로코 사진만 보면 마음이 일렁거려 헤어 나오기 힘들다.
오늘도 요거트, 직접 짠 오렌지 주스, 홉스와 시작하는 아침.
오늘은 마라케시 숙소 레트루아마게와 진짜 안녕이다.
모로코 핫산네라는 사막투어 업체에서 아침 여덟시 반에 데리러 오기로 했는데,
호텔의 나이트 가드 아저씨가 걱정이 되었는지 따라 나와주었다.
사실 전날 밤 뭔가 엄청나게 지친 상태로 숙소에 도착했는데,
나이트 가드 아저씨가 너희 내일 사막투어 업체에서 데리러 온다고 했지? 하며
연락처를 주면 미리 전화를 해서 확인을 받아 주겠단다.
그런데 웬걸, 보내준 내용의 모로코 전화번호로 확인을 해보니,
우리 이름으로 된 예약 건이 없고, 여기는 핫산네라는 업체가 아니라고 했다.
상황을 요약하자면,
우리는 모로코 핫산네 사하라 프라이빗 투어를 예약했는데,
핫산네에서 프라이빗 투어 일정을 알려줄 때
대충 이렇게 진행될 거라고 다른 여행사 일정을 긁어준 모양이었다.
우리는 그 다른 여행사로 전화를 한 거였다.
마침 핫산네의 카톡에 문제가 있었는지 보이스톡이 안되어서 더 불안했다.
나중에 사막투어 일행에게 확인해보니 그때 핫산네 폰이 오류가 나서
해결 방법을 손님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고.
여튼 그런 상황들로 우리가 걱정된 나이트 가드 아저씨가
아침에 따라 나와 핫산네 사막 투어 가이드와 업체를 꼼꼼히 확인해주셨다.
마라케시 여행 내내 정말 감사했던 우리의 마라케시 아부지. ♥
우여곡절 끝에 떠나는 사막 투어.
이때 처음 만난 사막 투어 가이드 아브라함.
너희 호텔 아저씨 진짜 투머치토커라며 욕을 욕을 했다.
우리 마라케시 아부지라고 욕하지 말라고 했더니,
너희 마라케시 피플을 믿어? 하며 비웃던 아브라함.
사하라 출신 찐 베르베르족 아브라함은 마라케시 극혐 한다고 했다.
아브라함이 말해준 마라케시 피플의 특징은
거짓말을 아주 잘하고 대가 없는 친절은 베풀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 마라케시 아부지는 그런 사람 아니라며 빡빡 두둔했는데,
사막투어 3일 차에 아브라함이 마라케시 아부지 이야기를 다시 꺼냈을 땐
우린 이미 새까맣게 잊은 상태였다. ㅎ
Father...? My father is in Korea...
통성명하고 베르베르 이름도 얻었다.
사막 투어를 시작하며 난 야스민, 친구는 티뜨릿이 되었다.
베르베르어로 야스민은 알라딘의 자스민, 티뜨릿은 별이라는 뜻이다.
프라이빗 투어라 원하는 대로 일정을 변경할 수 있다.
가는 도중 내려서 구경하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고 해서 좋았다.
핫산네 프라이빗 사막 투어 Day 1
See 1. 아틀라스 산맥 고지대(High Atlas)
마라케시에서 두 시간 정도를 쉬지 않고 달려와 도착한 아틀라스 산맥.
아틀라스 산맥의 고지대에 내려 경치를 구경했다.
아틀라스 산맥은 아프리카에서 가장 긴 산맥으로,
마라케시에서 사하라로 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이 산맥을 넘어야 한다.
도로 곳곳에 경치를 구경할 수 있는 포인트들이 있어,
가이드들이 자신이 아는 포인트마다 내려주는 듯했다.
역시 투어의 꽃은 쇼핑.
중간중간 악세사리와 질레바, 스카프 등을 파는 상인들이 있다.
이건 여기서 진짜 난다는 돌멩이라는데 의심병이 있는 나는 믿지 않았다.
여행에서는 뭐든 눈에 띄면 그 자리에서 사야 한다.
괜히 샀나 싶다가도 집에 오면 잘 샀다고 생각하는 기념품 매직.
지금 그 매직이 작동하고 있다. 저거 사 올걸...
붉은 협곡들이 정말 매력적이었던 아틀라스 산맥.
마라케시의 색깔과 닮아있다.
가는 중간중간 내려 아틀라스 산맥의 경치를 마음껏 구경할 수 있어 좋았다.
실제로 아틀라스 산맥 고지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
황량해 보이는 고지대지만 이 곳 또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슈퍼도 있고 카페도 있다.
원할 때 말하면 중간중간 화장실도 데려가 주셨다.
아틀라스 산맥을 넘어갈 때는
계속해서 이러한 고지대의 도로를 달리게 된다.
어디에 내리든 경치가 기가 막히던 아틀라스 산맥.
아브라함이 기념품을 사고 싶으면 현지 가게를 데려가 준다고 했다.
아르간 오일이나 질레바 등 저렴하게 구입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다.
질레바는 핫산네에서 대여해준다고 알려줘서 구입하지 않기로 했고,
아틀라스 고지대에서 직접 짜는 아르간 오일은 어떤지 궁금해서
모로코 아르간 오일 상점에는 가보기로 했다.
돌로 직접 껍질을 깨서 아르간 열매를 분리한다.
로스팅한 아르간 열매로 만든 아르간 오일은 먹을 수 있고,
생 아르간 오일은 머리카락이나 몸에 바르는 용도로 쓴다.
이게 바로 아르간 열매!
아르간 열매를 만져보기는 처음인 듯하다.
정말 고소하고 맛있는 로스팅한 아르간 오일.
로스팅한 아르간 열매로 만든 아르간 오일은
오일보단 버터에 가까운 꾸덕한 느낌이다.
모로코 전통 빵 홉스에 아르간 오일을 찍어 맛볼 수 있게 주시는데,
식용 아르간 오일이 정말 맛있어서 사 오지 않은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다. ㅠㅠ
티뜨릿은 바르는 용도의 아르간 오일을 샀다.
여행이 끝난 뒤 모로코에서 사 온 아르간 오일 어떠냐고 조심스레 묻던 티뜨릿...
쉐프샤우엔에서 산 아르간 오일에 먼지가 쌓여 가고 있다.
혹시 모로코에서 아르간 오일을 산다면 식용 아르간 오일을 살 것을 추천한다.
첨가물이 없는 아르간 오일이 무조건 좋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이상하게 생 아르간 오일을 바르면 참기름 바르는 듯한 느낌이 난다.
아르간 오일 상점 근처에는 기념품 가게들도 많았다.
경치를 구경하러 내릴 때마다
명당 자리는 귀신같이 알고 기념품을 상인들이 있었다.
멋진 아틀라스 경치를 배경으로 줄 지은 기념품들.
다른 건 몰라도 낙타 인형은 진짜 사 왔어야 한다.
다음 여행에서는 미니멀리스트 근성을 꼭 버려야지...
아브라함이 코브라 로드라고 알려준 곳.
산맥을 따라 정말 길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다.
예민한 사람들은 멀미를 할 수도 있을 듯.
코브라 로드를 지나 계속해서 길을 가던 중 염소 떼를 만났다.
아브라함이 우리가 구경할 수 있도록 바로 차를 세워 주었다.
주인은 보이지 않는데 어딘가로 떼를 지어 향하던 신기한 염소들.
여기서 티뜨릿 인생 샷 찍어주었다.
이거 완전 재질 하이디.
핫산네 사막 투어 가이드 아브라함, 그리고 티뜨릿.
계속해서 웃고 떠드느라 차 안에서의 시간들이 전혀 지겹지 않았다.
왕좌의 게임, 글래디에이터 등의 촬영지로 유명한
아이트벤하두에 가기 전에 점심을 먹기로 했다.
마치 큰 게르 같은 느낌의 레스토랑.
겉만 보면 여기가 레스토랑이 맞나 싶은데
들어오면 분위기가 확 바뀐다.
이국적인 카페트도 한 몫 한다.
역시 관광지 인근이라 모로코 물가에 비해서
음식 가격이 그리 저렴하진 않다.
음식을 미리 사가는 관광객도 있다고 했으나,
우린 그냥 먹어보기로 했다.
식전에 주던 렌틸콩 수프.
특유의 향신료 맛이 진하지 않고 무난했다.
닭고기 튀김과 감자튀김.
맛있었는데 양이 너무 작았다.
염소 치즈가 올라간 샐러드.
쿠킹 클래스에서 먹은 염소 치즈를 기대하고 주문했는데,
특유의 누린내에 놀라버렸다.
다행히 모로코 전통 빵 홉스가 기본으로 나와서
빵으로 배를 많이 채웠다.
아메리카노와 라떼, 물, 메인 디쉬 두 종류 해서
총 170디르함(한화 약 20,910원) 지불했다.
밥 먹은 레스토랑 근처에서 멀리 보이던 왕좌의 게임 촬영지 아이트벤하두.
오늘 여정의 클라이맥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https://suritmi.tistory.com/74
'여행 > 2019 모로코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로코 여행] 5일차 / 왕좌의 게임 촬영지 아이트벤하두, 아틀라스 무비 스튜디오와 다데스 밸리 여행자 호텔 (0) | 2020.02.18 |
---|---|
[모로코 여행] 4일차 / 알라딘의 붉은 도시 마라케시 산책, 까르푸 털기 (1) | 2020.01.30 |
[모로코 여행] 4일차 / 마라케시 셰프 타릭 쿠킹 클래스 추천 후기!! (0) | 2020.01.29 |
[모로코 여행] 3일차 / 마라케시 입생로랑 정원, 루프탑 노을 맛집과 야시장 인스타 핫플! (0) | 2020.01.28 |
[모로코 여행] 3일차 / 에사우이라 빵 맛집 털고 조식 먹기, 혼돈의 마라케시 입성! (0) | 2020.01.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