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클래스가 끝나고 다시 마라케시 시내로 돌아왔다.
어제 못갔던 궁에 가보고싶어서 바히아궁에 내려달라고 했고,
쿠킹클래스 선생님이 드라이버에게 그렇게 전달해주셨으나
뭔가 소통이 되지 않았는지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지도도 두고 갔으니 뭐 잘됐다 싶어
숙소에서 조금 쉬고 커피도 달라고 해서 마시고
좀 더 힘을 내서 다시 나왔다.
자동차와 마차가 공존하는 마라케시.
엘바디 궁전을 찾아 삼만리.
분명히 궁전이 근처인 것 같은데,
자꾸만 골목길을 뱅뱅 돌았다.
길찾기 능력 최고조인 티뜨릿이었는데,
궁전 문 닫는 시각 다가오니,
몸도 마음도 더 지치는 것 같았다.
이 벽만 넘으면 될 것 같은데,
구글 지도가 가리키는 곳은 막힌 길이고 그랬다.
알라딘이 왜 담을 넘을 수 밖에 없었는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물어물어 알려준 곳 가보면
궁이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또 우리가 찾는 건 아니고...
자꾸만 같은 곳을 뱅뱅 돌았다.
궁전 찾다가 우연히 마주친 모스크.
기도 시간인지 사람들이 분주하게 들어갔다.
티뜨릿과 계속 길을 헤매고 있는데,
웬 모로칸이 다가와서 뭘 찾고 있느냐고 물었다.
사기를 탐지한 나는 한발 뒤로 물러났으나,
티뜨릿이 길을 물어보며 쿵짝이 잘 맞았다.
한참을 얘기하며 길을 걷다가,
그 모로칸은 "여기가 너희가 찾던 그 곳이야." 하더니
"Give me some coins." 시전했다.
아 이제 그 마라케시 사기가 시작되는건가 싶었다.
이제까지 영어로 잘 대화하던 티뜨릿은
갑자기 돈달라고 하는 말만 못알아듣는 척 했다.
코인이 뭐냐고 하니 동그랗고 작고 반짝이는 거라고 했다.
"엥? 에? 수크란~ 바이~"
계속해서 입이 나온 채로 따라오던 그 모로칸은
우리한텐 돈 못 뜯을 걸 알았는지
어느 순간 사라졌다.
아니 돈달라고 할거면 길 제대로나 알려줄 것이지.
아유 쟨 골라도 우리같은 애들을 고르냐 하며
깔깔 웃으며 다시 궁전행...
결국 제복입은 군인과 경찰에게
길을 물어보니,
그분들이 지키고 있는 그 문이
우리가 찾던 궁전이었다.
문을 닫아 들어갈 수는 없다고 했다.
우리가 신기했는지,
이것 저것 물어보던 아저씨들.
더이상 헤매지 않게 도와준 것이 감사해서
사진이라도 같이 찍자고 하니
사진을 같이 찍는 건 안된단다.
그래서 티뜨릿과 멀리서나마 셀카를 찍었다.
역시 제복을 입은 사람들은 믿어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사막 투어 중에 이 생각도 깨지게 되었다.
사막 투어 가이드의 개인적인 의견일 수도 있지만,
모로코에는 부패한 공무원들이 많아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일례로 사막 투어 가던 중,
속도 위반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막 투어 가이드가 벌금을 내는 사건이 발생했다.
CCTV나 속도를 측정한 증거도 그 무엇도 없었다.
결국 궁전은 포기하고 주변을 천천히 구경했다.
계획없는 산책도 재미가 쏠쏠했다.
모로코에는 아르간 열매를 직접 짜서
아르간 오일을 만드는 가게들이 많다.
구워서 짜내는 것은 식용인데,
정말 정말 고소하고 맛있다.
여기서 먹은 그 맛이 안나서
식용 아르간 오일을 사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100% 수제 아르간 오일 사오긴 했는데,
머리에 바르니 참기름 냄새만 났다.
좀 인공적인 요소들이 들어가야
머릿결에도 좋고 향기도 좋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머리에 바르는 오일은 브랜드에서 나오는 것들 사고
직접 짠 아르간 오일은 식용으로 사오는 게
우리에겐 더 유용했을 것이다.
다시 돌아온 제마엘프나 광장.
사진전 개최한다는 포스터에
관심을 보이는 티뜨릿.
바로 옆의 코트비아 모스크로 왔다.
어차피 이슬람 교도밖에 못들어가기 때문에,
밖에서 사진 찍고 놀면 되어서 시간의 제약이 없다.
꽤 높기 때문에
몸을 낮춰서 찍어야 건물 끝까지 잘 나온다.
모스크와 함께 사진을 찍으면
모로코의 이국적인 느낌을 잘 담을 수 있다.
제마엘프나 광장과 붙어있는
마라케시 시장으로 다시 왔다.
길거리 간식으로
모로코식 핫케이크 무세멘을 노릇노릇 굽고 계셨다.
쿠킹클래스에서 포식하고 온 터라
한 끼를 본격적으로 먹긴 힘들고,
간단하게 맛볼 것을 찾던 우리였다.
무세멘은 맛있지만 조식으로 늘 나오니 패스했다.
예쁜 전등을 파는 곳이 많다.
이태원 가구거리 느낌...
드디어 우리 맘에 쏙 드는 길거리 간식을 찾았다.
숯불에 돼지고기 꼬치를 구워서
모로코 전통빵인 홉스에 넣어 주신다.
빨간 양념 세개, 그냥 양념 세개 넣어 주신다.
- 길거리 간식 빵: 15디르함(한화 약 1,845원)
특별한 소스를 넣지 않았는데,
고기에 간이 잘 배어있고,
구수한 빵과 어우러져 정말 맛있었다.
먹자마자 눈 띠용했다. 또 먹고 싶다.
레스토랑도 좋지만,
이렇게 생활 속에 녹아든 길거리 간식을 더 좋아하는 우리이다.
사진 찍으려고 하니 유튜버처럼 손배경 해주던 티뜨릿.
어제 너무 늦은 시간에 방문해
제대로 구경하지 못했던 편집숍을 다시 방문했다.
고급스럽고 비싼 물건이 많았다.
붉은 벽 사이로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도시 전체가 노을로 물드는 느낌이다.
사막투어에서 만난 일행 중 한명이 디자인 전공이었는데,
마라케시의 도시 풍경이 너무 예뻐서
영감을 얻고싶어 왔다고 했다.
그분도 해질 무렵의 마라케시를 보셨을까.
노을이 스며드는 마라케시에서
우리는 장을 보러 까르푸까지 걸어갔다.
내일부터는 2박 3일의 사막투어가 시작되기 때문에,
술과 간식거리를 사야했다.
과일을 좀 사볼까 했는데,
오렌지 말고는 그닥 저렴하진 않았다.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초콜렛 코너.
린트 초콜렛중에
가운데에 하얀 우유층이 레이어된 것 정말 맛있다.
스위스에서 먹고는 한번도 먹지 못했는데,
모로코도 유럽이랑 가까워서 있나 찾아봤는데 없었다.
헝가리에서 일하는 친구가 사다줬다.
우리 나라에서도 시장과 마트 장보기를 정말 좋아하는데,
해외에서는 그 재미가 두배이다.
그나라 문화를 가장 빠르고 가깝게 이해할 수 있다.
모로코에서는 마트에서도
술을 파는 곳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일반 코너보다 문을 일찍 닫고, 보안 요원같은 분들도 계신다.
샷다 내리기 전에 허겁지겁 술을 샀다.
술값 171 디르함, 기타 먹을거리 155디르함 치 샀다.
음식값보다 술값 더 많이 드는 것 실화일까.
숙소까지 택시비 35디르함 지불했다.
흥정하고 흥정했지만 어두우니 더 받아야된단다.
이미 많이 걸어 지쳤으니
35디르함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했다.
내일부터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사막투어.
사실 이날은 너무 많이 걸어 몸과 마음이 지쳤었다.
티뜨릿과 맥주 한잔 하며 피로를 씻고
마라케시의 마지막 밤을 장식했다.
사실 이날 꽤 취했다.
중학교때부터 함께한 우리가 이렇게 커서
직접 번 돈으로 같이 이런 먼 곳을 다 오고
진짜 행복하기도 하고 기분 묘하다고
티뜨릿이 여러번 말했다.
가족만큼 서로의 성향을 잘 알기에
굳이 맞추려 하지 않아도 여행이 잘 진행되었다.
이런 친구가 있는 것도 나의 복이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여행 내내 코를 너무 골아서 새벽마다 분노했다.
피로도와 코골이 정도가 비례했는데,
이날부터 급상승했다.
다시는 티뜨릿이랑 여행 안가야지 생각했는데,
에어팟 프로가 생겨서 요즘 다시 고려해보고 있다.
노이즈 캔슬링이 코골이도 잡아줄까?
아무튼 내일은 사하라 사막투어가 시작되는 날이다.
'여행 > 2019 모로코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로코 여행] 5일차 / 왕좌의 게임 촬영지 아이트벤하두, 아틀라스 무비 스튜디오와 다데스 밸리 여행자 호텔 (0) | 2020.02.18 |
---|---|
[모로코 여행] 5일차 / 사막투어 첫 날, 아프리카에서 가장 긴 아틀라스 산맥! (0) | 2020.02.17 |
[모로코 여행] 4일차 / 마라케시 셰프 타릭 쿠킹 클래스 추천 후기!! (0) | 2020.01.29 |
[모로코 여행] 3일차 / 마라케시 입생로랑 정원, 루프탑 노을 맛집과 야시장 인스타 핫플! (0) | 2020.01.28 |
[모로코 여행] 3일차 / 에사우이라 빵 맛집 털고 조식 먹기, 혼돈의 마라케시 입성! (0) | 2020.01.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