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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대전 산밑 할머니 묵집

by Surikim 2020.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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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동산을 알아보고 있는 우리. 예물 구입에 이어 집 구하는 단계로 넘어오게 되었다. 대전 집값을 알아보다 보니 그동안 왜 샤넬에 줄을 서고 있었는지, 까르띠에 가격 오르기 전에 탱크 솔로 구입하려고 왜 그리 아등바등했는지 허탈할 뿐이었다. 명품 가격 10% 오르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었음을... 내가 명품샵 앞에서 줄 설 동안 대전, 세종 인근 집값은 내 연봉만큼이나 올라버렸다. 그래도 지금 사는 집값이 제일 싸다는 말을 믿고 발품을 팔아 집을 알아보기로 한 우리. 네이버 부동산에 올라온 매물 말고도 부동산 각자가 갖고 있는 고유한 매물들이 있었다. 발품 팔기 전에 건강한 식사로 배를 든든히 채우기로 했다. 마침 가는 길에 전부터 가고 싶었던 대전 현지인 맛집 산밑 할머니 묵집이 있어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대전 산밑할머니 묵집

묵사발과 보리밥을 주문하기로 했다. 두 명이서 오면 거의 그렇게 주문하는 듯했다. 도토리 야채 전도 먹고 싶었으나 배가 너무 부를 것 같아 패스했다. 묵사발에 묵이 정말 한가득이었다. 공깃밥은 따로 나오진 않는데, 예전에 회식할 때 다른 묵집에 가서 묵사발에 공깃밥을 말아먹는 분도 봤었다. 만약 보리밥으로 배가 차지 않으면 공깃밥도 주문하기로 했다.

 

대전 산밑할머니 묵집

열심히 사진 찍는 오빠. 이곳은 특이하게 숭늉을 저 세숫대야 같은 곳에 담아준다. 처음엔 손 씻는 물인가 조금 당황했었다. 보리밥도 이 큰 대야 같은 그릇에 야채와 나물, 고추장을 넣고 비빌 수 있게끔 준비해주신다. 

 

대전 산밑할머니 묵집

어릴 적에 엄마와 밥 비벼먹던 게 생각났다. 참 가부장적인 문화지만 제사가 끝나면 남자 어른들은 잘 차려진 상에서 식사를 하고, 할머니, 엄마와 이모들, 그리고 다른 여자 어른들은 부엌이나 작은 상에서 대충 끼니를 때웠다. 그때 나물과 각종 찬을 넣고 밥을 종종 비벼먹었는데, 그땐 뭣도 모르고 그게 정말 맛있었다. 이 큰 대야에 숟가락 가득 비빔밥을 퍼서 입 안에 욱여넣으면 어르신들이 어쩜 그리 잘 먹냐며 칭찬해주셨다. 그게 좋아서 더 열심히 먹었는데 결국 소아 비만으로 이어진 슬픈 이야기...

 

대전 산밑할머니 묵집

가격은 8,000원 선이고 공깃밥이 2,000원이라 딱히 저렴하진 않다. 그래도 예전 향수를 느끼며 건강한 한 끼를 먹기 좋은 곳. 오빠와 친구들과 공모전 준비할 때 계족산 언저리에서 먹었던 비빔밥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묵사발도 묵을 정말 그득 넣어주시기에 둘이서 보리밥, 묵사발 하나씩 시켜 나누어 먹어도 전혀 모자람이 없으니 메뉴 고민하는 분들은 참고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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