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길던 추석 연휴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어젯밤만 해도 그리 출근하기 싫었는데, 출근하니 그래도 언제 그랬냐는 듯 빠르게 적응했다.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어 다행인데, 요즘 부쩍 외로워하는 엄마가 걱정이다. 어제도 텅 빈 집 문을 열자마자 눈물이 그렇게 날 수가 없었다던 엄마. 별생각 없던 나도 괜스레 울적해진다. 그래도 추석 연휴 내내 일부러 약속도 안 잡고 집에서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연휴 마지막 날 가족들이 좋아하는 대연동 대구뽈찜을 먹으러 갔다.
이상하게 요즘 아귀찜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 생물도 아닌 냉동인데 왜 그리 비싼지 모르겠다. 그나마 김유순 대구뽈찜은 나름 합리적인 가격으로 책정되어 있는 듯했다. 우리는 김유순 대구뽈찜 집에서 한 번도 아귀찜을 먹은 적은 없다. 대구뽈찜 대자에 공깃밥 네 개를 주문했다.
맛집에서 친절함을 바라면 사치일까. 코로나 때문에 예전보다는 덜했지만 그래도 손님이 많아서 밑반찬이 늦게 나왔다. 옆 테이블 손님들도 투덜투덜했다. 무슨 얘기였는지 꽤 열변을 토하느라 음식 나오는 시간이 꽤 지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밑반찬은 평범하다. 다른 식당 아귀찜에는 콩나물이 들어가는데, 대구뽈찜에는 콩나물이 없고 대신 밑반찬으로 콩나물이 나온다. 매운 걸 좋아하는 우리 가족이기에 처음 방문했을 때는 맵게 해달라고 주문했었는데, 김유순 대구뽈찜 집에서는 기본 맛 자체가 맵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
마늘을 가득 넣어 매운맛을 낸 김유순 대구뽈찜. 우리는 내장도 추가했다. 내장을 곤이 또는 이리라고 하는 모양이었다. 대구 대가리에 무슨 살이 그리 많을까 싶은데 꽤 먹을 살이 많다.
이 날따라 곤이가 해동이 덜 되었는지 원랜 부드럽게 흩어지는 맛인데 식감이 조금 달랐다. 그래도 맛있게 싹싹 비웠다. 처음 먹으면 약간 쓴 맛과 함께 매운맛이라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맛이긴 한데, 달지 않아 질리지 않고 깔끔해서 자꾸 생각나는 맛이다.
아귀찜도 그렇고 대구뽈찜도 그렇고 먹을 때마다 꼭 사리를 추가하는 우리 가족. 이게 그렇게 맛있냐며 투덜댔지만 마지막까지 숟가락을 놓지 않은 건 역시 나였다. 추석 연휴가 끝났지만 그래도 여한 없이 푹 쉬다 왔으니 재충전한 에너지로 다시 열심히 일해야지. 엄마도 빨리 일상을 찾아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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