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중앙시장에 들러 숙소에서 먹을 주전부리들을 사 가기로 했다. 사람들이 해외로 못 나가서 그런지 국내 관광지에 모두 몰린 느낌이었다. 게다가 저녁시간 다 되어 가니 우리처럼 숙소에서 맥주와 함께 먹을 야식을 사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 주차하는데 애를 먹었다. 속초 중앙시장 공영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중앙시장으로 걸어왔다. 부산 씨앗호떡을 파는 입구는 그대로였고, 사람들이 씨앗호떡을 사 먹으려고 줄을 서있어 신기했다. 왜 속초까지 와서 씨앗호떡을 먹는지, 그리고 씨앗호떡이 뭐가 그리 맛있다고 줄까지 서는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비단 남의 일만이 아니었음을...
중앙시장을 이리저리 구경하는데, 예전 같은 느낌이 나지 않고 관광객을 위한 시장으로 많이 바뀌어 있었다. 나는 속초까지 와서 대만 땅콩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줄을 서게 되었다. 언니가 대만에서 먹었을 때 너무 맛있었다고 해서 왠지 나도 궁금해졌다.
한분은 옆에서 땅콩을 갈아 옆의 밀전병에 올려주고 계셨고, 한분은 그 위에 아이스크림 두 스쿱 반을 올리고 파슬리를 뿌려 말아주셨다. 원래 대만은 파슬리 대신 고수를 올리는데, 고수도 맛이 꽤 잘 어울리고 맛있다고 언니가 말해주었다.
속초 중앙시장에서 파는 대만 땅콩 아이스크림의 가격은 하나당 4,000원. 하나를 말아 비닐에 담고 반을 나눠주시기 때문에 맛만 볼 거라면 하나를 사서 나눠 먹어도 좋은 방법이다.
가까이 찍어야 사진이 잘 나온다며 굳이 사진 찍을 타임을 마련해주신 속초 중앙시장 대만 땅콩아이스크림 사장님... 성의에 보답하기 위해 한 장 찍었다.
땅콩가루와 아이스크림은 맛없을 수 없는 조합이었다. 겉의 밀반죽도 쫄깃해서 맛있게 먹었다. 찰떡 아이스크림의 얇고 고소한 버전 같은 맛이었다.
그리고 엄마가 굳이 사 먹자던 새우튀김. 내가 새우 아저씨 튀김이 맛있다는 후기를 봤다고 했더니, 엄마가 그 맛이 그 맛이라며 속초 아저씨에 줄을 섰다. 같은 아저씨니 비슷할 거라고 했다. 언니는 5년 전에 오징어순대를 못 먹어봤다고 해서 오징어순대도 여기에서 함께 주문하기로 했다.
왕새우튀김, 순살 새우튀김, 홍게 튀김이 있는데 우리는 그냥 왕새우튀김만 열 마리 주문했다. 열 마리에 10,000원이고 아바이순대를 함께 담으면 15,000원이라고 했다. 언니가 아바이 순대도 궁금하다고 했지만 엄마와 나는 질색했다. 아니 여기 죄다 베트남 사람들이 새우 튀기고 오징어순대 부치고 있는데 여기 아바이가 어딨냐며. 저건 아바이 순대가 아니라 하노이 순대라고...
호객 행위부터 주문, 그리고 뜨거운 불 앞에서 오징어순대를 부치는 것까지 모두 외국인 노동자들이 하고 있었다. 그냥 우리 동남아 여행 왔다고 생각하자고 했지만 왠지 씁쓸했다. 싼 노동력으로 궂은일만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 느끼는 안타까움도 있었고, 너무 많이 변해버린 상업적인 속초도 자꾸만 아쉬웠다.
만석 닭강정이 유명하지만 현지인들이 중앙 닭강정이 더 맛있다기에 이번엔 중앙 닭강정으로 샀다. 중앙 닭강정은 순살로 살 수 있어 좋았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도 나왔다는 중앙 닭강정. 얼른 숙소로 가서 맥주와 함께 중앙시장 먹거리들을 먹어보기로 했다. 어디든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서 출근길 지하철만큼이나 북새통이었다. 거의 혼이 빠져서 나온 속초 중앙시장.
숙소에 와서 새우튀김과 오징어순대를 맛봤다. 예상했듯 그저 그런 맛. 그래도 5년 전에 봉포 머구리집에서 먹은 오징어순대는 맛있었다며 아바이가 아니라 하노이 사람이 부쳐서 그런 건가 생각했다.
그래도 그나마 맛있었던 중앙 닭강정. 닭강정은 원래 맛없을 수 없는 메뉴긴 하다. 닭강정은 식어야 맛있다는데 중앙 닭강정은 뜨거울 때 바로 주셨다. 뜨거워도 맛있고 다음날 아침 식은 닭강정도 맛있게 먹었다. 그래도 원조는 따라갈 수 없는지 내 입맛에는 만석 닭강정이 좀 더 맛있던 기억이다. 추억이 미화된 탓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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