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묵은 베스트 웨스턴 호텔 투브칼에서
카사블랑카 CTM 터미널까지는 550m 거리이다.
직접 캐리어 끌고 가본 경험자로서 말하자면,
길만 건너면 충분히 가까운 거리이다.
06:45 버스라 서둘러서 여섯 시에 나왔는데,
해가 뜨지 않아 어둑어둑해서 무서웠다.
다행히도 택시 타는지 물어보는 기사들만 있었다.
모로코에 대한 악명 높은 후기들을 많이 봤었기에,
나는 늘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티뜨릿은 나와 정반대의 성향이라,
여행 내내 적정선의 긴장선을 유지할 수 있었다.
CTM 터미널에서 버스표를 구입했다.
그제야 마음이 여유로워져,
터미널 내에 있는 카페에서 조촐한 아침식사를 했다.
- 카사블랑카→에사우이라 CTM 버스:
인당 140 디르함 (6시간 반 소요)
- 버스 짐 값: 5 디르함
- 아메리카노 2잔, 빵: 29 디르함
앞으로의 후기에서도 느끼겠지만,
모로코는 빵이 정말 저렴하다.
그리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도,
생수와 에스프레소를 준다.
얼음은 잘 주지 않는다.
사막투어 가이드 아브라함이 말해주기를,
모로코는 수질이 좋지 않기도 하고
라마단 이후 차가운 것을 급히 먹었다가
탈이 나는 경우가 많아 그렇다고 했다.
아브라함은 우리가 사준 아이스크림도 먹지 않았다.
왠지 막연하게
시골의 버스터미널을 예상했으나,
우리의 착각이었다.
버스도 지연되기 일쑤라고 했는데,
우리가 탈 때는 약속된 시간에서
10분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밤에 도착해 아직 모로코의 낮의 풍경을 보지 못했다.
버스가 출발하고 창밖을 하염없이 구경했다.
CTM 버스 옆으로 지나가는
짐을 실은 마차.
내가 정말 모로코에 왔구나 실감했다.
버스 안에서 대충 찍은 풍경 이 정도.
내가 정말 아프리카에 왔구나!!
모로코의 차도를 달리면
가로수처럼 흔히 보이는 것이 아르간 나무이다.
특히 에사우이라에서는
아르간 나무에 올라가 열매를 따먹는 염소들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차를 탈 때마다 유심히 구경했는데 결국 못 보고 왔다.
지금은 아르간 오일 구매 유도를 위한 상술로
염소를 올리기도 한다는데,
아마 자연적으로 보기는 힘든 것 같다.
도중에 휴게소 같은 곳에 한번 들렀다.
사람들은 화장실도 다녀오고 했지만,
경계 태세를 풀지 않은 나는 쉬이 내리지 못했다.
우리나라처럼 몇 시 몇 분에 출발하겠다는
그런 불필요한 설명은 이곳엔 없었다.
그냥 내려서 할거 하다가
기사 아저씨가 클락션 빵빵 울리면 다들 돌아온다.
앞으로 매 끼니때마다 볼 모로코의 식사빵.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이 빵 하나가 글쎄 1 디르함이다.(한화 약 120원)
슈퍼는 별다를 것 없지만,
전반적으로 물가는 저렴한 편이다.
다만 술을 파는 곳이 귀하다.
마트에 가도 술을 파는 곳은
뭔가 은밀하고 깊숙한 곳에 따로 있고,
웬만한 작은 슈퍼엔 없고 리퀴드 샵이 따로 있다.
버스에서 내린 티뜨릿은
웬 상인 아저씨와 잠시 이야기하더니,
아저씨가 빵 위에 올려먹으면 맛있다고 했다며
견과류 강정 같은 것을 사 왔다.
오는 길에 구걸하는 아이에게도 나눠줬는데,
나중에 보니 걘 우리보다 더 맛있는 거 먹더라...
다시 버스를 타고 해안을 따라 한참 내려갔다.
밀린 잠도 자고,
늘 2일 차까지만 쓰는 여행일기도 쓰고,
앞좌석 모로코 여자분과 이야기도 나눴다.
엄마와 함께 여행 오셨다는 여자분은
우리가 신기했는지 계속해서 대화하고 싶어 했다.
에사우이라에 도착해서 만나는 게 어떻겠냐고 했는데,
이번 여행에서 내가 재무관리를 맡았기에,
엔빵 하기 귀찮아서 못 알아들은 척해버림...
휴게소에서 시간을 많이 써버려서 그런지
거의 일곱 시간 걸려서 도착한 에사우이라!
여행할 수 있는 날이 그리 길지 않았기에,
카사블랑카에서 일곱 시간 걸리는
에사우이라를 일정에 넣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바다가 보이는 고향에서 나고 자란
티뜨릿과 나는
에사우이라를 보자마자 필연적으로 가야 함을 느꼈다.
카사블랑카를 포기하고 에사우이라에 간 것은,
이번 모로코 여행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잘한 일이다.
에사우이라 CTM 터미널에 도착해서
숙소로 가는 택시를 잡아야 했다.
사전에 알아간 바로는,
작은 파란색 택시를 타면 되고,
10분 거리 기준 10~20 디르함이어야 적정가이다.
처음 아저씨가 50 디르함을 부르기에,
우리는 10 디르함이라고 들었다고 했더니 안된단다.
다른 아저씨가 오시길래 그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그것도 안된단다.
다른 택시도 못 타게 하고 바가지 씌우려는 아저씨 때문에 기분이 팍 상했다.
결국 25 디르함 주고 예약한 숙소로 갔다.
이제 그 악명 높은 모로코 택시 사기가 시작되는 건가.
<에사우이라 숙소>
- Chem's bleu
- 주소: Moulay Azouz, 14, Ahl Agadir, 44000 에사우이라, 모로코
- 2인 기준 1박 640 디르함
- 루프탑 옥상에서 주는 조식 맛있음
(조식 후기는 3일 차에서)
- 방 창문에서 에사우이라 전경과 바다를 볼 수 있음
- 카드 결제 안됨
너무나 만족스러웠던 숙소 쳄스 블루
곳곳에 고양이가 숨어있는 골목골목을 지나
이번 여행의 네비가 되어준 티뜨릿이 한 번에 찾아낸 숙소.
모로코의 골목은 구글 지도와 다른 곳이 많아,
웬만한 위치 감각이 있지 않고서야 힘들다.
들어가자마자 뻥 뚫린 중정으로 내려오는 햇살과
건물만큼이나 키 큰 나무들이 주는 싱그러움,
친절한 주인아주머니가 우리를 맞았다.
2층인 우리 방까지 무거운 캐리어를 들어주시고,
옥상에서 모로코식 전통 민트티를 웰컴티로 주시며
에사우이라 관광하는 법을 설명해주신다.
베풀어주신 친절을 기억하고자
셀카 같이 찍어도 되냐고 조심스레 물어봤더니,
그마저도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카드 결제만 빼고 아낌없이 주시는 아줌니...
리얼 모로칸 스타일은
각설탕 세 개를 넣고 스푼을 쓰지 않는다.
설탕을 넣는 이유는 민트와 녹차에서 나오는
쓴맛을 잡기 위함이라고 한다.
여행의 피로가 풀리는 달큰하고 상쾌한 맛이다.
이곳에서 조식을 먹는다.
이곳의 산들거리는 바닷바람과 함께 먹은
예쁘게 차려진 조식을 정말 잊지 못한다.
에사우이라 숙소 쳄스블루 조식 후기 ↓↓
https://suritmi.tistory.com/19
숙소에서 모로칸 민트티 기운 뿜뿜 받아
에사우이라 메디나를 구경했다.
모로코에서 대부분 그러했지만,
에사우이라에서는 한국인은커녕
동양인은 정말 한 명도 구경하지 못했다.
메디나 성벽에서 나와
바닷가 구경하러 가보던 중
집 나온 며느리도 돌아오게 할 어떤 냄새가 났다.
한 모로코 아주머니가 정어리를 굽고 계셨다.
얼마냐고 물었더니 일곱 마리 한판에 30 디르함이라고 했다.
(한화 약 3600원)
모로코 물가에 놀라 홀린 듯 착석...
아마도 생선구이 비린 맛을 잡아줄
토마토와 양파 절임을 주신다.
사기 알레르기가 있는 나는
자꾸만 이건 얼마냐, 프리 맞냐 질리도록 물어봤다.
옆 테이블의 현지인 아저씨 따라
숟가락으로 살을 샥샥 발라 먹었다.
담백하고 부드럽고 간도 적당했다.
동양인 여자애들이 현지인 음식 가게에서 먹는 게 신기했는지,
생선 굽던 주인아주머니께서
저 토마토 양파 절임 더 먹으라고 하나 더 주셨다.
무려 옆 테이블 현지인 아저씨가 먹던 것을 주셨다.
토마토 양파 절임에 남이 먹던 생선가시까지 절임.
너털웃음 나오는 위생관념.
모로코 식사빵에 양파절임, 소스, 생선까지 얹어 챱챱 묵었다.
여행 하루의 마무리는 꼭 술 한잔으로 하는
조신한 티뜨릿과 나는
메디나를 돌며 리퀴드 샵을 계속 찾아 헤맸다.
그 어떤 슈퍼에도 보이지 않아 거의 포기했었는데,
생선구이를 먹고 바다 구경 가다가,
은밀한 기운 뿜뿜 나는 철문을 발견했다.
우리 바닷가에서 이거 먹을 거라고 하니,
눈에 띄지 않게 마시라며 신문지로 싸주시고는,
코르크 마개를 손으로 딸 수 있게 살짝 올려주셨다.
에사우이라 아즈씨들 리퀴드 샵에 바글바글하더만
뭐 또 이렇게나 은밀하게 싸줄 일인지.
- 와인과 술: 75 디르함
모로코 메디나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다양한 올리브 절임.
식당에서도 자주 나오는데,
모로코 식사빵에 곁들여먹으면 김치랑 밥 수준.
모로코 전통 신발 바보슈.
섹스 앤 더 시티 2 영화에서
캐리가 바보슈 사다가 여권 두고 갔었는데...
(의식의 흐름 무엇)
바닷가 가다가 신기한 소리가 들려 가봤더니,
기계로 사탕수수에서 즉석으로 주스를 뽑고 있었다.
유리컵에 마시면 7 디르함,
테이크아웃 컵은 10 디르함.
호기심에 사 먹었는데 달달 미지근한 맛.
예쁜 카펫과 접시가 많던 에사우이라 메디나.
접시나 염색 수공예품은 페즈에서 사야 싸다고 해서,
에사우이라에서는 구경도 안 했었는데
오히려 페즈에서는 사기꾼들이 워낙 많아 못 샀다.
그냥 마음에 드는 것 보면 바로바로 사야 후회 없다.
바닷가로 이어진 넓은 광장인
물라이 하산 광장으로 나왔다.
연주를 하는 흑인들도 있었는데,
갑자기 나를 보고 키스하는 시늉 해서
기분 팍 상했다.
티뜨릿에게 말했더니 믿지 않았다.
아프리카 최대의 오렌지 생산국인 모로코는
어딜 가나 오렌지 주스를 많이 판다.
볼 때마다 사 먹어야 이득이라고 했는데,
오렌지도 탄수화물이라며 잘 안 사 먹고는,
빵이랑 초콜릿 오지게 먹었다.
해변이라 갈매기가 많았다.
부산 갈매기와는 다르게 힙하게 생김.
에사우이라 성벽을 지나면,
우리나라 어시장 경매처럼
상인들이 물고기들을 늘어놓고 흥정하고 있다.
뱀같이 생긴 신기한 물고기 찰칵.
부산 아님 주의.
광장과 이어지는 에사우이라 해변 풍경.
갈매기 똥밭에서 굳이 앉아
한컷 남겨보겠다고 허우적거렸다.
하나라도 더 구경하려고 바삐 움직이는 우리와는 달리,
가만히 앉아 해변을 바라보는 노부부가 참 좋아 보였다.
갈매기 소리와 파도소리, 바다 냄새,
오후의 햇살이 좋았던 에사우이라.
성벽을 따라 걷노라면
에사우이라 해변 전체를 산책할 수 있다.
모로코에서 처음 구경하는 도시가
이렇게나 좋아도 될 일인지.
모로코에서 고향의 향기 느끼며,
여유롭게 해변을 산책했다.
에사우이라 해변에서 말타고
인생샷 건지기! ↓
https://suritmi.tistory.com/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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