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네 본가가 이사를 하면서 대전과 더 가까워져서 한 시간 반 만에 갈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나는 집 가려면 KTX를 타도 한 시간 반이고 운전하면 세 시간이 넘게 걸리는데 부럽다고 했다. 자주 가면 된다고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더니 이번 주말은 우리 부모님도 뵙고 겸사겸사 울산 해국도 찍고 오자고 했다. 그 얘기를 들은 엄마가 말하길 겸사겸사라기엔 너무 반대로 가는 거 아니냐고. 쨌든 오빠가 겸사겸사라고 했으니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내 말을 새겨듣고 생각해주는 것이 고마웠다. 울산 해국은 작년부터 찍고 싶어 했지만 그래도 겸사겸사라 믿고 있다.
울산은 공업도시라 맛집이 딱히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슬도 근처에 전복밥 맛집이 있다고 해서 가보기로 했다. 웨이팅이 있다는 후기가 있었지만 선택권이 그리 많지 않아 가보기로 했다. 실제로 갔더니 주말 늦은 점심시간이라 웨이팅이 그리 길진 않아서 두 팀 정도 들어가고 나서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섬뜰>
- 전화번호: 052-252-7477
- 주소: 울산 동구 동진로 42(방어동 25-9)
- 영업시간: 매일 11:00~21:00
전복밥(13,000원) 2인을 주문했다. 다른 테이블에서 파전을 먹고 있길래 우리도 추가해서 먹을까 싶었는데 알고 보니 기본으로 나오는 파전이었다. 기본 파전이라기엔 크기도 크고 재료도 실하고 맛도 있었다. 금방 부쳐 따끈하게 나와 더 맛있었다.
파전을 먹고 있으니 금방 9가지 정도 되는 반찬이 나왔다. 부산과 가까워 그런지 내가 좋아하는 다시마채 나물도 있었다. 이상하게 대전에는 시장에 저 다시마채를 팔지 않아서 부산 가면 엄마가 꼭 해주는 반찬인데, 식당에서 보니 너무 좋았다. 이어 전복밥을 주시는데, 주시는 전복밥에 갖가지 나물을 넣고 비벼먹으면 된다. 나물도 하나같이 다 맛있고 전복밥도 양도 많고 맛있었다. 미역국도 주시는데 내가 전날 오빠 생일이라 끓여준 미역국과는 비교도 안되게 시원하고 맛있었다.
슬도 해국을 찍기 위해 간 터라 맛집은 별로 기대하지 않고 점심 한 끼 먹는 셈 치자고 생각했는데, 오빠와 정말 만족스럽고 맛있게 먹고 나왔다. 엄마에게 찍어 보냈더니 어쩜 그리 맛집을 잘 알고 찾아갔냐며. 섬뜰 전복밥은 원래 맛있기로 소문이 났다고 했다. 슬도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어 섬뜰 전복밥을 먹은 후 바로 슬도로 향했다.
오빠는 작년부터 이 해국과 바다를 찍고 싶어 했다. 아무래도 바닷가라 바람이 많이 불어 해가 없는 곳은 쌀쌀했다. 오빠가 사진을 찍는 동안 햇빛이 내리쬐는 곳에 앉아 요즘 보기 시작한 드라마 사생활을 보며 기다렸다.
10월 24일 경에 가니 그래도 해국이 많이 피어 있었긴 하지만 올해는 태풍 때문인지 작년만큼 풍성하게 피진 않았다고 했다. 그래도 이맘때쯤에만 볼 수 있는 꽃이고 바다 근처에만 피는 꽃이라 한 번쯤은 구경할 만하다.
울산 하면 딱히 떠오르는 관광지는 없지만 그래도 오빠와 슬도 해국도 보고 대왕암 공원도 산책하고 십리대숲 길 야경도 보고 다음날은 울산 발리 온천도 다녀왔다. 거의 울산의 모든 관광지를 훑었나 싶다.
울산까지 내려온 김에 부산도 가서 엄마, 아빠를 만나 아나고 회와 장어구이도 얻어먹고 왔다. 울산에 딱히 올 일은 이제 없겠지만 다시 들른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전복밥 맛집 섬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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