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직장에는 핑클이 있다.
나를 포함한 우리 동기 넷이다.
다른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
나는 넷 중에서도 성유리 역할이다.
나 말고는 그 사실을 아무도 모른다.
한때는 씨스타였던 적도 있는데,
씨스타가 해체되고 난 후로는
오로지 핑클 외길만을 걷고 있다.
작년 캠핑클럽이 대유행하여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순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래서 가게 된 여주 캠핑.
장비가 1도 없어 텐트부터 코펠까지 모조리 다 대여했다.
<캠핑용품 대여>
스타캠프
강화도 차박때도 이용한 적 있었는데,
대여물품을 택배로 보내주고,
이용한 다음 다시 택배 상자에 싸놓으면
수거해가는 방식이다.
추울 때 간 캠핑이라 빌릴 게 많아서,
대여비만 20만 원 정도 나왔다.
그럴 거면 그냥 호캉스 하라는 말,
귀에 피나게 들었지만,
우리는 갈길 간다.
<여주 이포보 캠핑장 예약>
이용요금
- 파쇄석, 노지: 20,000원
- 데크: 25,000원
http://camp.yjcmc.or.kr/epoc/reservation/reserve.jsp
그나마 모일 수 있는 중간 지점을 찾다가,
서울과도 가깝고 저렴한 여주 이포보 캠핑장을 예약했다.
여주 이포보는 자전거 국토종주할 때 한번 가본 곳인데,
밥맛이 아주 기가 막혀서 기억하고 있던 곳이었다.
이렇게 또 가게 될 줄이야...
차 있는 동기언니가
택배로 온 캠핑 물품을 그대로 실어왔다.
텐트 설치 동영상을 이리저리 뒤져보며,
폴대를 이리 끼우고 저리 끼우고
한참을 고생했다.
우여곡절 끝에 설치한 텐트.
너무나 뿌듯했다.
텐트가 생각보다 커서,
안에서 서 있을수도 있었다.
요즘 텐트 이렇구나...
라떼는 말이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대여 인생.
철망 빼고 보이는 모든 것이 대여다.
최대한의 비용으로 최소한의 효과를 내는 게
이번 캠핑의 모토...
우리 중 유일한 캠핑 유경험자가
의자는 무조건 등받이가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사실이다.
의자의 등받이가 캠핑의 질을 좌지우지한다고 하면
조금 과언이지만 여튼 중요하다.
캠핑은 뭐니 뭐니 해도 바베큐라,
그릴도 대여했다.
그리고 토치부터 장갑까지 모조리 마트에서 샀다.
잠깐 쓰고 말 호일까지 다 샀다.
최대한의 비용으로 최소한의 효과!
동기 언니가 교육 때 받은 책은
장작으로 알차게 썼다.
교육 안 받았으면 어쩔 뻔 ㅠ
불을 달구고 좀 더 기다렸어야 했는데,
마음이 급해 고기를 너무 빨리 올려버렸다.
실수가 난무해도 마냥 재밌다.
꽤 일찍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텐트 치고 이래 저래 준비하니,
벌써 해가 넘어가려고 해서 마음이 불안쓰.
그래도 매점과 공동 취사장, 화장실과 가까운 구역으로 예약했다.
캠핑장 예약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니 참고할 것!
샤워실도 있다. 다만 이용하지 않았을 뿐...
중간중간 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운동기구들도 있고,
포토스팟도 있다.
유럽여행 갔을 때,
항상 레스토랑 자리는 야외가 먼저 차는 것이 신기했다.
내부를 저렇게 멋지게 꾸며놓고,
왜 바깥부터 오글오글 그렇게들 앉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멀쩡한 집 두고도 바깥에서 먹는 밥이 그리도 맛있다.
그래도 나름 기분 내어 보고자,
호박전구도 챙겨 오고,
작은 알..불..도 챙겨 왔다.
점점 어두워져 갈 때쯤이 되어서야,
고기 굽는 것이 어느 정도 손에 익었다.
점점 어두워지니,
설치한 전구들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너무나 예뻤던 노을.
날 좋은 날 참 잘 다녀왔다.
어두워져서 대여한 전등을 또 켰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빌렸다.
캠핑 감성 오진다.
역시 캠핑은 라면이다.
해가 져서 쌀쌀해지니 더욱 맛있었다.
캠핑을 위한 하이라이트.
불멍을 위해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고구마도 호일에 싸서 넣었다.
토치가 없어 향초 피우는 긴 라이터 같은 걸 샀다.
지저귀듯 놀라는 언니들 너무 귀엽다. ㅠㅠ
언제 꺼내야할지 갈피를 못잡겠어서 휘적휘적.
서툴러도 재미있는 불장난.
시커먼 숯같은 비주얼에 당황했지만
너무나 맛있었던 밤고구마.
음악, 고구마와 함께 불멍 때리던 그 순간이 너무나 좋았다.
장작 타는 소리와 따뜻한 온기가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내 사주는 정화(丁火) 일주인데,
모닥불 또는 밤하늘의 별빛 정도라고 했다.
누군가는 꺼지기 쉬운 불안정한 존재라고 했으나,
누군가는 따뜻해서 사람이 모여드는, 빛나는 존재라고 했다.
모닥불 앞에서 나는 후자임을 확신했다.
아무튼 맞다.
밤이 되니 날이 많이 추웠다.
전기장판까지 빌렸기에,
텐트에 누우니 딱히 춥다고 느끼진 못했다.
녹아드는 듯 누워서 이런저런 옛날이야기하다가 잠들었다.
라떼는 말이야... zzz...
새벽에 깨서 잠깐 나오니 안개가 자욱했다.
내가 자연에서 자긴 잤구나, 또 한 번 느꼈다.
눈 뜨자마자 안개와 함께 끓이는 라면.
라면 물은 늘 잘 못 맞춘다.
그래도 신선한 아침 공기 맛을 빌려 맛있게 냠냠.
라면 먹다 보니 안개가 걷혔다.
1박 2일은 너무 짧았다.
텐트 치고 걷으니 1박 2일 후딱 지나가는 느낌.
지인이 캠핑은 2박 3일은 해야 한다고 했을 때,
아니 어떻게 밖에서 2박이나 하나 했는데,
역시 유경험자 말이 맞다.
텐트 걷기 전 뜨끈한 아메리카노 한잔 하며 마무리했다.
호캉스 갈 수 있는 돈으로
굳이 땅바닥에서 자려고
평일에 휴가까지 쓰는
취향이 잘 맞는 동기들.
다음에는 준비 잘해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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