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베이커리 가루 원준이 엉덩이 빵에 얽힌 나의 슬픈 사연이 있다. 바야흐로 5년 전, 강릉에 잠깐 근무했던 나는 인생 최고의 암흑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모든 게 다 암울했던 그 시절 나를 버티게 해 준 유일한 버팀목은 맛집이었다. 낯설고 먼 타지에서 그래도 남들이 오기 힘든 유명 맛집을 가본다는 장점만이 나를 긍정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나마도 차가 없어 많이 다니지 못했는데, 마침 동기 언니가 강릉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빵집인 베이커리 가루에 점심시간에 데려가 주었다. 원준이 엉덩이 빵이 유명하다는 베이커리 가루. 품절되어 잘 사지도 못한다던 원준이 엉덩이 빵을 그때 구입할 수 있었다.
그렇게 힘들게 구한 원준이 엉덩이 빵을 왜인지 먹지 않고 지인에게 주었는데, 깜빡하고 차 안에 보관해서 원준이 엉덩이 빵을 썩혀 버린 지인. 어차피 내 손을 떠난 빵이었는데도 너무 아깝고 슬펐다. 그리고 그때 이후로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발령 난 슬픈 사연...
<베이커리 가루>
- 전화번호: 033-743-7953
- 주소: 강릉 원주시 시청로 74
(무실동 1641-6 에이스타워)
- 영업시간: 매일 08:00~22:00
- 추천메뉴: 바질 마늘 바게트, 원준이 엉덩이 빵
발령 난 이후에도 계속 생각이 났었는데, 원주에 분점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원주에 다녀올까 하는 생각도 해볼 정도였다. 그러고는 잊고 살다가 원주에 출장 오고 버스 출발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남자 잊고 지냈던 원주 베이커리 가루의 원준이 엉덩이 빵이 생각났던 것이었다.
10분 정도 고민하고 나니 50분이 남았다. 버스를 타고 가서 원주 베이커리 가루에 들러 엉덩이 빵을 사 오는 데는 조금 빠듯한 시간이었지만, 지난 세월의 집착이 나를 움직였다. 네이버 지도를 계속해서 새로고침하며 빠른 걸음으로 도착한 원주 베이커리 가루. 그러나 원준이 엉덩이 빵은 품절이었다.
바질 마늘 바게트도 유명하다고 하는데, 그마저도 품절이었다. 직원분께 여쭤보았더니 몽블랑과 아몬드 크림빵을 추천해 주셨다. 신제품이라는 아몬드 크림빵과 원준이 엉덩이 빵과 가장 비슷할 것 같은 크림치즈가 들어간 빵을 구매했다.
빵집 구경하는 것 좋아하는데 시간이 촉박해서 많이 구경하진 못해서 아쉬웠다.
롤케이크, 파운드케이크를 포함한 케이크 류들도 맛있어 보였으나, 8월 속초 여행에서 베이커리 가루 속초점 방문을 기약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뗐다. 강릉, 원주에 이어 속초까지 이어지는 원준이 엉덩이 빵 원정기...
원주 시외버스 터미널에 버스 출발 시간 전에 무사히 도착했다. 화장실도 다녀왔다. 비록 원준이 엉덩이 빵은 못 샀지만 그냥 뭔가 목표 지점을 찍고 온 것만으로도 뿌듯했다. 원준이 엉덩이 빵과 제일 비슷할 것 같은 크림치즈 빵을 버스 안에서 먹어보기로 했다.
정말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했던 크림치즈 빵. 이 빵에서 크림치즈가 우유 크림으로 바뀌어 들어가면 원준이 엉덩이 빵 같은 맛일까. 그렇다면 엉덩이 빵이라는 네이밍이 정말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금해서 아몬드 크림빵도 뜯어서 먹어보았다. 아몬드 크림빵은 그냥 큰 특색은 없었다. 다음 달 속초 베이커리 가루 빵집에서 원준이 엉덩이 빵 원정기를 꼭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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